
스노우볼
뱌누
[아가.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벌써 네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네 생일이기도 하겠구나.
1월 2일. 너의 생일을 축하해.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어떤 반응을 할지 모르겠어. 네 아버지를 닮아 감수성이 풍부하다면 울지도 모르고, 나를 닮아 침착하고 다정한 성정이라면 조용히 웃을지도 모르겠지.
왜 네 성격을 모르냐 불만을 품을 수도 있겠구나. 왜냐하면, 그 이유는 아직 우리가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너는 내게 꿈으로 밖에 찾아오지 않았으니까.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겨울 날 밤, 별이 쏟아져 내릴 것처럼 빛나는 밤하늘 아래. 너는 작고 하얀 호랑이의 모습으로 노란 수선화를 헤치며 내 품으로 달려왔단다.
그 날 아침, 약국으로 달려가 테스트기를 산 뒤 집에 돌아와 두 줄이 뜬 걸 확인했을 때의 기분이란. 감히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단다. 이런 좋은 일은 직접 전해줘야 좋은 것인데, 참지 못하고 급히 배우자에게 전화를 걸 정도로 말이야.
그 사람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노란 수선화가 묶인 꽃다발을 사왔어. 아직 태몽을 말해주지 않았는데 신기한 일이지. 어쩐 일로 이 꽃을 사왔냐고 물으니, 이렇게 답하더구나.
“노란 수선화의 꽃말이 사랑에 대한 답이래. 딱 오늘 같은 날과 우리의 아이가 떠올라서 사왔지 뭐야.”
하여 우리는 네 태명을 ‘보답’ 이라 지었단다. 너의 존재 자체가 우리에겐 보답이자 보은이고, 나쁜 짓을 저지를지라도 혼내고 바로잡을지언정 너를 사랑하며, 네가 건강하지 못하더라도 슬퍼할지언정 희망을 잃지 않을 테니.
그러니 아가. 세상의 빛을 쬐는 것을 두려워 마렴.
너는 별처럼 빛나는 사람이 될 거야.
- 너를 뱃속에 품은 큰 호랑이가.]
“…킁.”
“야, 너 울어?”
배가 부푼 친구가 다급히 다가와 내게 휴지를 건네주려 했다. 그에 나는 친구의 행동을 만류하며 내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종이에 눈물 자국이 번질까 애초부터 귀한 편지는 저 먼 책상에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냥… 감동적이잖아. 내 주변 친구들은 전부 비혼주의자 밖에 없는데, 언제 또 이런 편지를 읽어보겠어? 게다가 내가 대부라니, 내가 대부라니!”
“하하, 그게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신나서 당장이라도 몸을 일으키려던 내가 마음을 가다듬은 뒤 다시 앉자 친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편지의 내용이 떠올라 뒤늦게 나는 질문했다.
“그나저나 출산 예정일이 1월 2일 이야? 생일이 2일 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은데….”
“아. 정확히는 유도분만 날짜라서 그래. 아기가 평균보다 조금 더 큰데다가 머리가 거꾸로 가 있거든.”
“아기 머리가 거꾸로…? 그거 괜찮아?”
“응. 여러 가지로 설명 들었는데 요즘은 산부인과도 기술이 많이 늘었더라. 유도분만 전날에 시술 받으면 괜찮대.”
“걱정되네… 나도 찾아가도 괜찮지?”
“당연하지. 근데 사실 나는 이럴 줄 알았던 지라 별로 걱정이 안 돼.”
“이럴 줄 알았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건 태몽에 관련된건데… 과학적인 설명은 아니라서 지금껏 아무에게도 얘기하진 않았었거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친구가 웃음을 지으며 놀라운 내용을 읊었다.
“태몽에 흰 호랑이가 나왔었다고 했지? 그 애가 네 발로 뛰어들어온게 아니라 두발로 뛰어와서 내 뱃속으로 들어갔거든. 꼭 동물이 아니라 사람처럼. 그게 특이해서 계속 기억하고 있었어.”
“…….”
“근데 참 특이했어. 꿈에서 깨니 아이 이름이 저절로 떠오르더라고. 분명 브리사라고 했었지.”
“…….”
“뭐, 어쨌든 태몽은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미신에 의존하는 구석이 있으니까. 아무튼 나쁘지 않은 이름이라 세례명으로 지어주려고.”
“…….”
“응? 요백아. 너 또 울어?”
“아, 아니… 편지 내용이 다시 떠올라서.”
“눈물이 많은 건 애시당초 알았지만 너도 참. 아이가 울면 같이 우는 게 아닐지 몰라.”
“윽, 설마 내가 그럴 리가 있겠어?”
-아크메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