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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볼

뱌누

 나는 마차에서 눈을 떴다.

  그러자 익숙한 게임 속 풍경이 보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듯 하지만 미세하게 금간 폴리곤이 보이고, 이따금 렉 때문에 움직임이나 목소리가 멈추는 사람들. 진정한 게임 속 npc 들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정신없이 구경하던 와중, 익숙한 목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이봐, 안 내릴 거냐?”

 

 마찬가지로 익숙한 풍경이었다. 짐마차에서 짐을 내리고 있는 사람들, 아직 마차 위에 앉아 있는 나. 그런 나를 바라보는 한 사람.

 

 “죄송합니다. 금방 내릴게요.”

 

 나는 사르르 웃으며 짐을 챙긴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대답에 마차꾼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언뜻 보면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반응할 잔여 데이터가 없는 거다, 이거.

 나는 진정한 게임의 증거에 안도하며 마차 밖으로 나와 길가 위에 섰다.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적당히 시끄러운 소음, 딱 타타라의 인근 교역소같은 모습이다.

 

 “아앗, 모험가님!”

 

 그때 누군가가 내게 탁탁 다가왔다. 내 가슴까지 오는 작은 아이였다.

 

 “저 모험가, ‘북두칠성’님 맞으신가요?”

 

 무튼 닉네임도 제대로 인식 되었겠다, 더는 거리낄 것이 없다. 나는 처음으로 컨셉따윈 집어던지고 나 자신으로 플레이 하기로 했으니까.

 나는 아이가 무안해 하지 않도록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제가 맞아요. 길드에서 마중 나와주신 건가요?”

 “맞아요. 따라오세요! 모험가 길드까지 안내해드릴게요.”

 

 마중나온 아이는 세계관과 어울리지 않는 친절에도 특별히 반응하지 않고 대사를 이어갔다. 그 상황에 또 한 차례 안도 했을까, 아예 한 번 확인하고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 나는 불안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그 단어’를 외쳤다.

 

 “로그아웃.”

 

 띠링.

 

 「   로그아웃 하시겠습니까?

                yes / no           」

 

 "휴."

 

 제대로 작동 하는군.

 

 ‘좋아, 이제부턴 생각 없이 즐겨볼까.’

 

 더 이상 무리한 풀다이브까진 하지 않는 나였다. 적당히 즐기다가 저녁 시간이 되면 빠져나와야지.

 나는 들고 있던 나무 스태프를 꼭 쥐고서 아이를 따라 걸었다. 복잡한 시장통 가운데, 옅은 시장 내음과 함께 내가 직접 커스텀한 스태프가 흔들렸다. 정확히는 스태프에 이끼처럼 피어난 별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미관상으로 봤을 땐 흠 잡을 곳 없는 무기였다.

 꽃을 가볍게 쓸며 상념을 이어갔다. 물론 발은 아이를 따라가는 것을 멈추지 않은 상태였다.

 

 ‘그때 실제로 내게 마중나왔던 아이는 얼마나 컸을까. 지금도 저렇게 조그마하진 않겠지.’

 

 궁금하지만 평생 확인할 수 없을 진실에 내 입꼬리가 쓰게 올라갔다.

 

- 마중나온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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