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노우볼
뱌누
드드득, 사각, 사각.
그 날도 아이는 회양목을 깎고 있었다. 본디 손재주가 좋아 일찍이 목수를 업으로 삼은 그의 곁에서는 언제나 마른 나무의 향기가 났다. 햇빛에 반짝이는 먼지 가운데 갈린 나무 부스러기가 책상을 어지럽혔다.
물론 이제 아이의 티를 벗고 청년의 나이에 가까워져 가는 이였으나, 분명 그를 구해주었던 은인의 눈에는 여즉 어린 아이로 불릴 것이 틀림없으리라.
드르륵.
이윽고 낡은 공방의 문이 열리고 싱그러운 풀내음이 공기를 환기시켰다. 그 향기와 어울리는 이가 실내로 들어와 말을 건 것은 덤이었다.
“안녕, 로니! 오늘도 나무 깎아? 휴일 아니었어?”
“어서와요 애나씨. 오늘은 조금 마음이 복잡해서 그냥 일이나 하려구요.”
“뭐? 오늘이… 아.”
옅은 갈색의 곱슬거리는 체모를 가진 방문자는 이내 탄식을 흘리며 제 이마를 도톰한 손바닥으로 팍팍 쳤다.
“내가 너무 무심했어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그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하면서도 끝내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인내심으로 내린 아이는 다시 나무를 깎기 시작했다. 평소에 그가 만들던 목공품과는 사뭇 다른 형태였다.
하지만 제법 흔한 형태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으리라. 목공에 조예가 없는 방앗간 일꾼도 그것이 뭔지 단번에 알아보았으니.
“그거, 모험가 패 아니야?”
“맞아요. 제 나이 또래의 기사님이 새로 모험가 길드에 가입해서 패가 필요한데, 제가 일감을 받았죠.”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사실이지만, 아이는 제 어머니의 기일마다 모험가패를 제작하는 일감을 받아 나무를 깎곤 했다.
캄캄한 지하수로. 자신을 위협하던 무섭고 징그러운 고블린들.
그 어둠 속에서 나타난 은빛 금속음. 한쪽 눈이 가려진 은인. 수로의 모든 마기를 불사르던 이.
그리고 자신이 기침하자 발걸음을 빨리하던 다정함도.
기일마다 그 모험가를 떠올린 덕분에 아이는 비관적인 우울함 대신 희망을 마음속에 담을 수 있었으니.
이 또한 살아남았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리라. 아이는 어릴적 자신이 부렸던 치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 자가 아니었다면 아마 운명을 달리했을 거라는 제 처지 또한 파악하고 있었다.
악마가 사라지고 냄새가 지독하던 지하수로는 깨끗이 청소 되어 분향소로 자리 잡았다. 이제 시체가 썩어가는 냄새가 나던 수로에서는 코끝을 간질이는 향내음과 여러 다발을 모아 묶은 추모의 꽃향기만이 맴돌고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노력해야만 해낼 수 있는 일이기에 분향소는 마을 사람들에게 더욱 귀중하게 느껴지곤 했다.
마치 어디서나 굳세게 자라 흔한 것 같지만, 막상 목공의 재료로 쓰자면 적합한 크기의 재료를 찾기 힘든 회양목처럼.
하여 아이는 희귀한 듯, 희귀하지만은 않은 회양목으로 모험가패를 깎으며 기도했다.
세상의 악마가 자취를 감췄다 한들 세상의 악은 좀처럼 그 자취를 감추지 않으니.
아아, 이리 바라건데.
악성을 이겨낼 영혼이, 악 앞에 무너지지 않을 강인한 존재가, 마에게서 승리할 수 있는 사람이.
부디.
사각.
- 지하수로의 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