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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 터진 인형에 솜 채우기

에드니엄의 작은 필경사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가져다 주는 불안을 잘 알았다. 베르세르크는 스스로도 외면하고자 하는 진실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조용히 눈빛으로 모두를 응시했다. 인퀴지터는 아직 때묻지 않은 용사였으나 말간 눈으로 가장 늙은 이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

 

 “어제... 어젯밤에, 앓는 소리를 들었다네.”

 

 그러나 용사의 기대에 부응하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그들 모두도 눈치채지 못한, 혹은 그를 그저 힘의 표상으로 여겼기에 무시해 온 파편 하나가 부드러이 현자의 입을 빌려 흐르고 있었다.

 

 “그의 천막에서. 꼭 악몽을 꾸는 사람처럼 앓더군.”

 “...그 소리가 나리께서 내는 소리셨구만요. 저는 샌님이 그때 울다가 뭐라도 헛먹은 줄 알고.”

 “뭐라?! 나, 나는 아니다.”

 “아무튼, 그게 나리 소리였단 거군요.”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묻고 싶기야 했네만.”

 “전우가 입을 개구락지처럼 꽉 다물고는 굶어 죽을 때까지 안 벌려서 이러고 있다는 소리 아닌가?”

 “그게 맞네.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아크메이지는 이제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기엔 너무 많은 거절을 악마기사에게 받은 사람이었다. 어린 도적과 용사는 젊은이의 패기를 뒤에 진 채 여전히 악마기사에게 말을 붙이려 노력하고 있기도 하였으나, 그 두 사람마저 마치 줬다 빼앗긴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으니.

악마기사는 그 둘에게는 하나의 기둥과도 같은 존재기도 하였다. 살벌하게 느껴졌던 침묵은 어떤 상황에선 넓은 등과 함께 거대한 지지와 조용한 다정이 되기도 했었기에.

 그렇기에 더더욱 두 어린 청년도 의기소침해 하고 있던 것이다.

 베르세르크는, 그녀는 깊은 눈으로 그 셋을 보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손을 대지도 않을 것이며, 이 상황이 손을 쓸 수 있다는 확신도 없다는 듯이.

 

 “그래도 나리가 앓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잖습니까요.”

 “...그것도 그렇다. 저희가 뭔가 해결할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싶네, 나 또한. 어른이 되어서 어찌 아니 그러겠나?”

 “그럼...”

 

 베르세르크가 눈을 감은 이래 세 사람의 토의는 계속 되었다. 모닥불이 타닥타닥 타올랐고, 한숨과도 같이 검은 연기를 토해냈다. 하늘로 솟구치는 연기는 까맣고 매웠다. 베르세르크는 다른 일행들에게 먼저 인사를 한 뒤 자신 분의 천막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골을 베르세르크는 한눈에 알아봤으므로, 저들이 무엇 하나 할 수 없음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무용한 대화로 조금이나마 안심하라지. 무심한 성정 속에서 모닥불 앞의 남은 셋은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불안을 숨기고 싶은 사람처럼.

 

 그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베뮈르헨에 도달한 그들은 긴 시간동안 악마기사에게 해결법은커녕 말 하나 붙일 수 없었다. 아주 긴 시간동안.

 

* * *

 

 그랬던 시절이 있었지.

 아크메이지가 북부의 하얀 숨을 보다 새삼스레 중얼거렸다. 아주 새삼스러운 것은 아닌 게, 그녀의 시야 저 끝자락에 도시락을 들고 살랑살랑 걸어가는 악마기사-이제는 모험가라고 부르는 게 더 익숙한 이-가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들이 재회하기 이전에는 그랬었다. 그들의 관계는 살얼음같이 아슬아슬했다. 모양새는 거미줄 같다고 끈끈하리라 착각했었지. 결국 저 청년에게 크고 작은 상처만 품에 안기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너무 늦게 알았더랬다.

 그럼에도 그들은 운이 좋았다.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으며, 그들은 그 기회를 기어코 얻어냈다. 그리고 끝의 끝에서 결국 그들은 저 청년과 다시 함께하고 있었다.

 잘된 일일까. 파르스름한 눈이 흰 털 속에서 데구르르 굴렀다. 마음고생할 일이 줄어들었다고 다시 윤이 곱게 나기 시작한 백사자가 곰곰이 생각을 잇다가 이내 자리를 비웠다.

 우리에게만 잘된 일로 만들기엔 그래도 아직 부족한 게 많지. 파티의 가장 큰 어른 되는 이가 분주한 걸음을 놀렸다.

 

* * *

 

 “예?”

 “그러니까, 모험가 저 이가 아직도 잠꼬대를 하진 않느냔 말일세.”

 

 그들이 북부의 최전선, 리네이루에 도착한 뒤로 일행들은 성별을 나눠 방을 따로 쓰고 있었다. 이전에 야영을 할 때나마 그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던 때와 달리 북부는 그러기에도 여건이 쉽지 않았다. 소리를 먹어치우는 눈이 도처에 깔린 탓도 있었거니와 애당초 북부에서 야영이란 목숨줄을 배 밖으로 대강 내놓고 하는 짓에 가까웠으므로.

 아크메이지는 이런저런 변명을 머릿속에 늘어놓다가 그만두었다. 결국 악마기사가, 아니 모험가가 다시 합류한 뒤에 그들 나름대로 신경을 써 줬으니 된 것 아닌가 하는 방만한 생각 아래에 이전에 했던 고민을 묻어둔 셈이었다.

 그러는 동안 모험가와 같은 방을 쓰고 있는 데스브링거가 귀를 쫑긋거렸다. 그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혹은 과거를 되짚고 있는 건지 몰라도 진중한 표정이었다.

 

 “요새는 뭔가 다른데 말입죠.”

 “다른가?”

 “악몽을 꾸시는지 아닌 건지는 몰라도 앓는 소리가 여전히 나리 쪽에서 들리긴 합니다요.”

 “...허어.”

 “근데 종종, 아니 제가 새벽에 움직이곤 하지 않습니까요? 늦게 들어가서 가만히 들어보면, 이거 다 외웠다고 그만 하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거 꼭 마법진 외우라고 한 계명한테 하는 소리 같구먼 그래.”

 “예, 꼭 그렇다니까요?”

 

 데스브링거는 어느새 앳된 청년 특유의 둥근 웃음을 입에 걸고 히히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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