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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의 꿈

새삼

 모험가는 그간 자신을 신경 써주었던 그 아이의 손 위에 사탕을 잔뜩 올려줄 결심을 하며 검을 도로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일부러 베르세르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기다릴 테니 가도록 할까.”

 아, 그, 어, 같은 소리를 내며 당황스러움을 고스란히 표현해내던 인퀴지터가 생각을 포기한 듯 네에, 하고 힘 빠진 소리를 냈다. 베르세르크도 어깨를 으쓱하고는 얼른 가자며 인퀴지터의 등을 두드렸다.

 두 어른의 장난스러운 기색에도 인퀴지터의 정신 상태는 흐물흐물했다. 망종이 이 사실을 알면 또 잔뜩 쏘아붙이겠지. 그런, 합리적이지만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게 뻔히 보였다. 그런 모습이 둘에게는 마냥 어려 보여, 모험가와 베르세르크는 시선을 교환하곤 피식 웃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기에 박차를 가했다.

 “얼른 가자, 전우야! 배고프다!”

 “확실히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군.”

 모험가는 제법 오랜만에 일행을 뒤에 두고 휑하니 가버리는 선택을 했다. 베르세르크 역시 걸음을 옮겼다. 그 식당이 어딘지도 모르지만 일단 걸었다. 뒤늦게 두 쌍의 걸음을 알아챈 인퀴지터가 그 뒤를 쫓았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등 뒤로 다급하게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인퀴지터는 그 와중에도 우직했다. 그녀는 앞장서기 위해 양해를 구하기보단 제 속도를 높이는 쪽을 택했다. 모험가는 인퀴지터를 배려해 슬쩍 걸음을 늦췄고, 베르세르크 역시 그를 따랐다. 이제는 선두에 선 인퀴지터가 그 식당에 어떤 메뉴가 유명한지 이야기했다. 데스브링거가 사전에 말해줬을 것임이 틀림없었다.

 

* * *

 

 “엇, 오셨습니까요?”

 일행의 발걸음 소리를 아는 데스브링거가 가장 먼저 고개를 돌렸다. 데스브링거가 아는 체를 하자 아크메이지가 따라 몸을 돌렸다.

 “조금 늦는 것 같아 음식은 미리 시켜뒀네만, 괜찮은가?”

 데스브링거가 잽싸게 시켜둔 메뉴들을 불렀다. 상의 없이 시켜둔 음식임에도 크게 불만을 가질 부분은 없었다. -물자 수급, 지형이나 기후 등의 변수가 있지 않은 이상- 그들이 시키는 음식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그런 만큼 관찰력이 좋은 이들은 일행의 취향을 대강 알았다. 설령 불만이 있다고 해도 따로 더 시키면 그만이고. 모험가와 베르세르크가 마련된 자리에 앉으며 긍정을 표현했다.

 “상관없다.”

 “오, 나도 마음에 든다!”

 다만 데스브링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몸이 딱딱하게 굳은 인퀴지터는 대답도 없이 자리에 앉았다. 모두가 그 기색을 느꼈지만, 모험가와 베르세르크는 용사를 마음껏 어린 취급 하고 있는지라 끼어들 의향이 없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데스브링거와 인퀴지터는 의아할 따름이었다. 가장 연장자인 아크메이지가 인퀴지터를 살폈다.

 “인퀴지터. 안색이 좋지 않은데, 괜찮습니까?”

 인퀴지터의 상체가 크게 들썩였다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문제없습니다!”

 어색할 정도로 군기가 바짝 들어간 대답이었다. 관찰 태세였던 데스브링거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작은 실마리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뜬 채였다.

 “그거 지금 되게 설득력 없는 반응인 거 알아요?”

 “내, 내가 뭘 말이냐!”

 “봐요, 답지 않게 말도 더듬고.”

 데스브링거도 그녀를 취조를 하는 그림이 되었다는 자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참 신실한 사제이고, 막중한 무게를 받들고 있는 용사님이 어디까지 스스로를 얽맬 수 있는지 알게 된 후로 이런 신호를 넘기기 어려웠다. 이렇게 틱틱거리는 게 일상이기도 하고.

 아크메이지는 말릴 타이밍을 재며, 인퀴지터와 데스브링거를 번갈아 쳐다봤다. 인퀴지터는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으, 사실, 내가…”

 “ㅡ둘 다 자리에 앉아라.”

 모험가는 입을 열어, 눈을 질끈 감고 고해성사를 하려는 인퀴지터를 막았다. 마침 주인장이 시킨 음식들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있었으니 아주 타이밍이 이상하지도 않았다.

 “잡담은 이만하도록. 요리가 식는다.”

 모험가도 굳이 둘 간의 대화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잘못이라 할만한 것도 아닌 일로 인퀴지터가 쩔쩔매는 게 안타까워 어쩔 수 없었다. 접시가 내려앉자마자 잽싸게 식사를 시작했던 베르세르크가 코웃음을 쳤다. 비웃는 기색은 없었으나 괜스레 찔렸다. 어쨌든, 인퀴지터와 데스브링거는 얼른 입을 다물고, 자리에 앉았다.

 모험가는 말을 잘 듣는 아이를 칭찬해주듯 두 사람의 머리칼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물론 자리에 앉기 전 손을 씻었다.- 그 모습을 본 아크메이지는 허허 웃더니 두툼하게 썰린 로스트비프를 포크로 찍었다. 두 사람도 얌전히 제 요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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